中 전기차, 내년 한국 판매 시동 걸었다

입력 2019-11-25 17:04   수정 2019-11-26 01:53

중국 전기자동차가 한국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내년부터 한국 판매를 시작한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몰려오는 2021년부터는 한국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순수 전기차 EU7을 한국에서 판매한다. 준대형 세단을 기반으로 한 EU7은 지난달 처음 공개된 신형 차량이다. 베이징자동차는 당초 중형 세단(EU5)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을 한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해 최신 모델인 EU7을 전면에 세우기로 했다.

제임스 고 북경모터스(베이징자동차의 한국지사) 대표는 “준대형 세단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는 한국에 거의 없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전기차보다 15%가량 싸게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2000~3000대 판매할 수 있을 것이고, 2021년부터는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 1만 대 이상 판매한다면 한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자동차는 조만간 환경부에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대상에 EU7을 포함시켜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 쿠페형 SUV인 펜곤 ix5를 내놓은 둥펑자동차도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펜곤 ix5는 판매 시작 1주일 만에 초도 물량 100대 계약이 완료됐다. 중형 SUV와 비슷한 크기인데도 저렴한 가격(2480만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됐다.


아예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중국 브랜드도 있다. 중국 퓨처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연간 5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신은 옛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했고, 이곳에서 퓨처모빌리티의 전기차인 M-바이트를 수탁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출용 차량 생산기지 중 하나였던 군산공장이 중국 자동차회사의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퓨처모빌리티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 브랜드의 ‘놀이터’가 됐다. 비야디(BYD)와 중퉁자동차, 하이거 등 중국 브랜드가 한국 전기버스 시장 절반가량을 장악했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유는 더 이상 내수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최근엔 내년 말까지 보조금 제도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7월 이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미미하겠지만 2~3년 뒤에는 시장 일부를 내줄 수도 있다”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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